본문 바로가기
미 학【美學】

젊은 건축가들과 함께하는 ‘유쾌한 집짓기’ ① 김창균의 ‘보성 주택’

by 禱憲 2013. 7. 10.
728x90


젊은 건축가들과 함께하는 ‘유쾌한 집짓기’ ① 김창균의 ‘보성 주택’

[중앙일보] 입력 2012.11.20 00:16 / 수정 2012.11.20 07:23

고향 풍경에 나지막이 녹아든 ‘툇마루 집’

회색 벽돌로 마무리된 단층집 ‘보성 툇마루 주택’. 건축가 김창균이 설계했다. 0.3~0.7m로 낮게 쌓인 담장 덕에 툇마루에서 마을 입구의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사진작가 황효철]

집 을 짓고 싶다. 기왕이면 건축가가 설계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를 위한 맞춤집’이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어떤 건축가를 선택해야 할지,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젊은 건축가들이 나섰다. 한국 건축계를 이끄는 30~50대 건축가 24인이 함께 하는 ‘유쾌한 집짓기’는 자신에게 맞는 건축가를 찾는 이들과 그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건축가를 연결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건축가들의 사연이 담긴 집들을 10회에 걸쳐 연재한다.


원래는 작은 초가집이었다. 1976년 59㎡(18평) 규모의 개량한옥으로 개축해 40여 년을 살았다.

벽이 얇아 여름에는 푹푹 찌고 겨울에는 외풍 때문에 손발이 시린 집이었다. 자식들은 모두 도시로 떠나고 이제는 부모님 두 분만 머물고 있는 고향집. 고등학교 때부터 객지생활을 한 아들은 한여름·한겨울이면 부모님 생각에 맘이 짠했다. 그리고 결심 끝에 모은 돈을 탈탈 털어 부모님께 새 집을 선물하기로 한다. 올해 7월 전남 보성군 원봉리에 들어선 ‘보성 툇마루 주택’이다.

건축가 김창균
  25가구 정도가 모여 사는 한적한 시골마을, 마을 입구엔 작은 정자가 있다. 마을회관 옆 골목으로 들어서니 언덕배기 낮은 회색 벽돌집이 눈에 띈다. 건축가가 설계한 집이지만, 그다지 화려하거나 특별해 보이지는 않는다. 툇마루에 앉아 있던 건축주의 어머니 문공임(72)씨가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았다”며 기자 일행을 맞았다.

 건축주인 아들 박종주(46)씨가 건축가 김창균(41) 소장에게 요구한 건 ‘튀지 않는 집’이었다.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 풍경과 조화롭게 어울리고, 이웃 어르신들이 드나들기에 부담이 없는 집을 원했다. 처음엔 2층집을 생각했지만, 고령의 부모님이 오르내리기에 불편할 것 같아 단층으로 결정했다. 건축가는 설계 전 마을 집들을 한 채 한 채 돌아봤다. 그리고 소박한 분위기에 어울리는 회색 벽돌집을 제안했다.

  연면적 121.6m(36.8평)의 이 집은 경골 목구조(나무를 약 40㎝ 간격으로 촘촘하게 세워 골조를 만드는 방식)로 지어졌다. 나무 골조에 단열재를 안팎으로 이중 시공한 후, 바깥쪽에 벽돌을 쌓았다. 단열재와 벽돌 사이에는 10㎝ 가량의 틈을 뒀다. “벽에 빈 공간이 있으면 공기층이 생겨 통풍을 돕고 방음에도 좋습니다. 바람이 직접 부딪히지 않기 때문에 방한에도 유리하죠.” 김 소장의 설명이다.

뒷뜰에 마련된 아담한 툇마루. 동네사람들의 휴식처다. 올 여름에는 고추를 말리는 데 사용했다.
  내부는 가로로 긴 복도에 양쪽으로 방과 부엌 등이 늘어선 일자형 구조다. 명절에 친척들이 한데 모일 수 있도록 거실은 널찍하게 만들었다. 앞마당으로 향하는 거실창문과 뒤뜰로 향하는 문을 마주보게 해 통풍이 잘 되도록 했다. 언뜻 평범해 보이는 이 집의 포인트는 집 앞에 길게 놓인 툇마루와 다락방을 통해 들어갈 수 있는 작은 테라스다.

 “동네 집들을 돌아보니 집집마다 툇마루가 있더군요. 어르신들의 휴식 공간이자 동네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공동공간으로 꾸미고 싶었습니다.”

 지붕 사이에 움푹 파인 작은 테라스에 서면 동네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손님용으로 마련된 다락방 천장에는 별과 구름이 보이는 유리창을 달았다.

  새 집 같지 않으면서도 묘하게 세련된 이 집은 동네 사람들에게 ‘서울 사람이 지은 집’으로 불린다. 공사비는 건축물에만 평당 약 460만원이 들었다. 단열을 중시해 비싼 외장재와 창호 등을 선택한 탓에 공사비가 예상보다 올라갔다.

 아들은 “그래도 따뜻하고 편리한 집이 탄생한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했다. 어머니는 “내가 생전에 이렇게 깔끔하고 좋은 집에 살아볼 수 있을 줄 몰랐다. 무엇보다 명절에 손주들이 찾아왔을 때 편하게 뛰어 놀 수 있는 공간이 생겨 좋다”며 웃었다.

◆건축가 김창균=1971 년생. 서울시립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2009년부터 ‘유타 건축사사무소’를 이끌고 있다.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 중이며 공공화장실 리모델링 작업으로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올해의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했다. 주요 작품으로 서울시립대학교 미디어 센터와 정문, 삼청동 가압장, 국립과천과학관 감각놀이터 등이 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