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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늘【天】

[펌] 이명박 정권이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by 禱憲 2008.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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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칼럼] 이명박 정권이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


 

△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교수·한국학



석 달 넘게 진행돼온 촛불집회가 이제는 탄압을 받아 힘을 잃어가고 있다. 한국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지도자들이 전례 없는 수배를 받아 농성 생활을 하게 됐는가 하면, 천여 명에 달하는 시위 참가자들이 각자 수백만원대의 ‘벌금 폭탄’을 맞게 되는 등 우리가 과연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는가를 의심하게 할 정도로 탄압이 극심하다. 그러나 강경 탄압으로 일시적으로 대중적 반정권 운동을 주춤케 할 수 있어도 과연 이명박 정권은 장기적으로 성공하여 5년 뒤의 정권 재창출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인가? 필자는 이럴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 그 원인 중의 하나는, 이명박 정권에게 경제·사회·문화의 차원에서 그 어떤 장기적인 비전도 없기 때문이다. 장기적 전략이 없기에 ‘급한 불’을 끄는 데에 정력을 다 소모하여 미봉책으로 일관하다가 결국 불명예스럽게 퇴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부문에서 이 정권의 구상은 본래 성장 위주였다. 그러나 애초 ‘7% 성장’ 약속의 허구성이 이미 밝혀진데다 금년의 4%대의 성장률도 과연 지속될는지 불투명하기만 하다. 한국처럼 대외무역 의존도가 76% 정도 되는 무역 종속적 국가에서 성장률이란 대외경제 환경에 전적으로 달려 있는데, 최근처럼 자원이 지속적으로 비싸지고 미국·유럽 등 핵심부 시장의 구매력이 침체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수출대기업들은 더 이상 성장의 엔진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성장주의적 구상이 망가지자 이명박 정권은 이제 ‘경제 안정대책’을 들고 나왔는데, ‘물가 관리’와 같은 구태의연한 고식책이나 환율·금리 조절 이외에 경제 불안의 뚜렷한 장기적 해결 방안은 제시되지 않는다. 사실, 경제 안정화의 유일한 방법은 장기적으로 대외무역 의존도를 적어도 독일 등 유럽의 주요 대규모 경제들과 같은 40∼50%대로 내려 선진 국가다운 내수 주도적 경제 구조로 전환하는 길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자면 이명박 정권처럼 대기업과 부자에게 감세해주는 것이 아니고 그 정반대로 법인세·종부세·소득세 최고세율을 유럽 정도로 올려서 복지정책과 영세사업자 지원책을 통해 내수 시장을 부양해야 하는데, 이는 ‘강부자 정권’이 태생적으로 할 수 없는 일이다.

사회 정책은 어떤가? 이명박 정권은 ‘성장을 통한 복지’를 이야기하지만, 한국처럼 성장이 수출에만 의존하여 내수와 직결돼 있지 않은 구조에서는 이는 허구일 뿐이다. 성장률이 4.6%였던 작년만 해도 자영업자 수가 3.7% 줄어드는 등 내수 침체와 독점 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으로 영세 상인 등의 줄도산이 이어져왔다. 곧, 성장은 오늘만큼 지속된다 해도 한국 경제의 기형적인 구조는 계속해서 수많은 낙오자들을 배출할 것이다. 그들에게 재취업의 기회를 주자면 부유세 징수를 통한 재원 마련과 국가적 실업 수당의 대폭적 확충이 필요할 터인데, 이명박 정권에게는 이와 같은 조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기업 투자’와 ‘성장’과 같은 주문을 계속 외워도 이 정권하에서 비관 자살하는 낙오자들이 해마다 계속 늘어날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선진화’를 들먹이면서도 극히 후진적인 저세율, 저복지, 고무역 의존도 구조를 계속 유지·심화시키려는 이명박 정권은 결국 낭패를 면하기가 힘들 것이다. 그때 가서 진보 세력들이 노동자와 영세사업자 등을 중심으로 한 ‘복지연합’을 구축해 한국 사회에 진정한 선진화, 곧 복지화의 장기적 비전을 제시할 수만 있다면 우리에게 정치·사회적 발전의 희망은 드디어 생길 것이다.




[출처 :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30288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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