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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魂, 창倉, 통通’ - 오늘날을 커버할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제시한 책!
매주 토요일이면 아침 눈을 뜨자마자 살펴보는 신문 섹션이 있다. 바로 조선일보의 ‘위클리 비즈Weekly Biz’다. 평일의 신문과는 다른 기획으로 나온 것이 주말섹션이라고는 하지만, 위클리 비즈는 조금 다르다. 이슈가 되고 있다면 지구 반대편을 돌아서라도 좀처럼 만나기 힘든 세계적인 명사를 직접 만나 인터뷰하는가 하면, 화제가 되는 경제서의 저자로부터 책의 전부를 소개받기도 한다. TV 프로그램 중에서 제작비가 가장 많이 드는 프로그램이 '9시 뉴스‘라면, 신문에서는 바로 이 섹션이 아닐까 싶다. 고품격 '프리미엄 경제 섹션'을 표방한다는데, 틀린 말이 아니다. 인터뷰의 깊이만 봐도 많은 준비를 했음을 짐작케 하고 써내려간 글맛 역시 단행본을 버금간다. 여하튼 이 섹션만 붙잡기만 하면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게 만든다. 한마디로 나에게 있어 이 섹션은 ’주말도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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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혼, 창, 통>(쌤앤파커스)는 ‘주말도둑’의 편집장인 이지훈 기자가 쓴 책이다. 저자는 약 2년 간 위클리 비즈의 편집장을 역임하면서 그동안 만났던 수많은 세계 초일류기업의 CEO와 경제·경영석학들과의 인터뷰의 흐름 속에 ‘하나의 일관된 메시지’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혼魂, 창倉, 통通’이었다. 다시 말해 개인이든 조직이든 가슴 깊숙이 혼魂을 품고, 늘 새로워지려는 노력(창倉)을 아끼지 말고, 마음과 마음이 하나로 연결되어 흐르는 통通을 이루어낸다면 뜻하는 목적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이다.
흩어진 정보를 한데 모아 새로운 개념의 지식을 재창출하는 능력이 창의력이라면, 이 책은 창의력의 소산물이다. 여러분이 완독을 하고 나면 알게 되겠지만, 기자가 아니고는 좀처럼 나올 수 없는 책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한다. 저널리스트인 말콤 글래드웰의 저작 방식과도 닮아서 더욱 흥미롭게 했다.
이 책의 제목, ‘혼魂, 창倉, 통通’은 지난 10월 17일 위클리 비즈 창간 3주년의 제목이기도 하다. 신문에서 이 기사를 읽고 나 역시 묘한 흥분을 갖게 했는데, 이렇게 책으로까지 나온 것을 보면 이후 그 기사에 대해 대단한 반응이 있었던 모양이다. 저자는 ‘혼魂, 창倉, 통通’의 의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혼: 가슴 벅차게 하는 비전이 사람을 움직인다.
창: 끊임없이 ‘왜’라고 물어라. 그러면 열린다.
통: 만나라, 또 만나라...들어라, 잘 들어라.
“‘혼魂, 창倉, 통通’, 어느 하나도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출발은 ‘혼’에서 부터이다. 혼이란 무엇인가? 혼은 꿈이고 비전이며 신념이다. 하는 일에 목적의식, 소명의식을 갖는 것이다. (중략) 혼이 있으면 그 다음엔 ‘창’이 있다. 창은 의미 있는 것을 만들어내는 일이다. 혼이 씨를 뿌리는 것이라면, 창은 거두는 것이다. 창은 실행이다. 꿈을 현실로 바꾸는 과정이다. (중략) 그렇다면 ‘통’이란 무엇인가? 통은 문자 그대로 서로 통하는 것이다. 무엇을 통하려는 것인가? 바로 혼을 통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목적, 세상의 수많은 조직과 만남을 제쳐두고 굳이 ‘우리’가 함께 한솥밥을 먹는 이류를 소통하는 것이다.” 14-18 쪽 요약
큰 뜻을 세우고(혼), 늘 새로워지려고 노력하며(창), 물이 흐르듯 소통하라(통)는 세 글자의 의미는 기업경영을 비롯해 인생경영에 있어서도 적용되는 말이다. 어쩌면 가장 기본적인 그래서 진부한 이 문장을 화두로 풀어낸 책의 내용은 험난한 오늘날을 헤쳐 나갈 유일한 생존 전략은 바로 이 길 밖에 없음을 잘 말해주고 있다. 좀처럼 만나기 힘든 인사들, 사례들이 결국은 ‘혼魂, 창倉, 통通’을 설명하는 사례임을 재확인하면서 성공의 지름길은 전혀 새로운 개념이나 방식이 아니라 기본에 있음을 알게 된다.
혼魂은 ‘내가 왜 여기에 있는가’라는 물음의 과정이다
“기업은 뭔가 어려울 때일수록 ‘우리가 왜 존재하는지, 도대체 우리가 세상을 위해 뭘 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되새겨야 한다. 존재 이유가 분명해야 조직원들 사이에 위기를 돌파해야겠다는 강한 모멘텀이 생긴다.”는 제약회사인 화이자의 제프 킨들러 회장의 말은 ‘혼은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업의 존재 이유는 ‘이윤 획득’에 있다. 하지만 구성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해 스스로 일하게 만들고, 수많은 변화 속에서 공감대와 방향감각을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기업에는 념念, 즉 기업이념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혼魂이다. 요즘의 훌륭한 인재들은 ‘나로 인해 세상이 변한다’는 동기를 얻기 위해 ‘기업 이념과 핵심가치’를 따진다.
경영이념은 매뉴얼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디즈니는 ‘행동강령’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려고 일한다. 그리고 우리의 미소에 고객이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는 철학에 의해 움직인다. 디즈니의 직원들을 일을 위해 채용된 것이 아니라 디즈니라는 ‘쇼’에서 배역으로 캐스팅 된 것이다. 저자는 혼을 가진 조직의 장점에 대해 경영학자 짐 콜린스가 말한 ‘비전(혼)을 가진 조직이 되면 이룰 수 있는 4가지와 같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1. 의사결정이 빨라진다 - 핵심가치를 명확히 설정하면,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기준이 명확하기 때문에 복잡한 상황에서도 의사 결정을 신속히 할 수 있게 된다.
2. 행동에 일관성과 자신감이 생긴다 - 목표가 명확하기에 일관성과 자신감이 생기게 된다. 뿐만 아니라 부하들도 리더의 기대와 방향성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돼, 심리적 편안함과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3. 소비자를 감동시킨다.
4. 브랜드 가치가 높아진다 - 일관성 있는 이미지는 다른 사람에게 신뢰를 주고, 이는 다른 사람과 나를 차별화할 수 있는 나만의 자산이 된다. 본문 62 쪽
스티브 잡스가 위대한 성취를 이룰 수 있는 비결 세가지는 늘 큰 꿈을 꾸었다는 점, 사람(직원)들의 마음에 열정의 불길을 유지하는 능력을 가졌다는 점, 그리고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강인한 영혼을 지녔기에, 늘 성취를 꿈꾸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혼이 있는 사람은 모든 것이 즐거워진다.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은 항상 돈보다 즐거움의 추구를 앞세웠다. 패션계의 거장인 조르지오 아르마니 역시 “일은 나의 열정이다. 나는 주말이면 무엇인가에 집중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절망에 빠진다.”고 말했다. 개인(직원)은 일을 즐겨 ‘일의 주인이 된 사람’이 되어야 하고, 기업은 개인들이 일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혼은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고, ’내가 여기에 있어야 하는 이유‘이며, ’개인을 뛰어넘는 대의‘다. 다시 말해 혼은 우리를 움직이게 하고, 버티게 하고, 극복하게 하는 근본적인 힘인 것이다.
창倉은 익숙한 것과의 싸움이자, 매일 새로워지는 일이다.
창은 혼이 현실로 보이는 과정이다. 창에는 무한한 노력과 디테일이 동반해야 한다. 그리고 실행해야 한다. 램 차란은 “실행력이 없는 비전은 비극이다”라고 말했다. 실행에 있어 실패에 대한 리스크는 당연하다. 창을 이루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고,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 세삼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리스크를 감수하고라도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이 모든 과정들을 충실히 이행할 때, 비로소 창은 우리를 성취와 성공의 길로 안내한다.
창조적인 기업가들의 5가지 공통적인 습관은 연결, 질문, 관찰, 실험, 네트워킹이다. 서로 다른 것들을 연결하고, 무엇이든 “왜?”라고 묻고, 항상 현장에서 새로운 것들을 관찰하고, 실패를 두려워 말고 최대한 집적거리며 실험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경험을 하며 새로운 시각을 얻을 때 창의력은 생성된다.
통通은 큰 뜻을 공유하고,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는 일이다.
통은 단순히 커뮤니케이션을 의미하지 않는다. 통은 조직의 존재 목적, 즉 혼을 소통하는 일이다. 그리고 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인정’이다.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 메리 케이는 직원을 최고로 인정해주는 기술은 경청과 칭찬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통하기 위해서는 공통의 비전과 핵심가치를 강력한 메시지로 만들어 끊임없이 반복해서 귀가 아닌 피부로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마음을 열어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이고 존중해야 한다.
포스코의 정준양 회장은 소통의 정의에 대해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논리적으로 설득하기 보다 남의 생각을 어떻게 하면 잘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인가를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의 궁극적인 목표는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회사에 오면 정말로 즐겁고, 다름 날 빨리 출근하고 싶어지는 조직을 만드는 데 있다. 직원을 존중하고, 개성과 창의를 인정하며, 상하좌우 소통이 원활한 조직을 만든다면 가능하다.
혼, 창, 통은 하늘의 뜻을 기다리기 전에 개인과 조직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이 시대의 처방전이다. 성공과 성취는 오직 준비하는 자에게만 허락하는 법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혼, 창, 통의 의미는 경영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기업의 눈높이가 이익이 아니라 사람에게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세계적인 경영구루와 세계 최고의 글로벌기업을 경영하는 CEO들이 한 목소리를 낸 것은 바로 ‘사람’, 즉 소비자에 주목하라는 것이었다. 이는 곧 ‘주주 자본주의’에서 ‘소비자 자본주의’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여기서 소비자는 넓게 기업의 구성원인 사원을 포함한다. 이들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기업의 념念을 다시 세우고,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어 새로이 창조하고, 이를 서로 공유할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앞선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본다면 혼, 창, 통의 경영은 곧 웹 2.0 시대를 대표하는 ‘소비자 주권시대’에 가장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경영이기도 하다.
유토피아적인 발상이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수많은 성공적인 기업들(그것도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의 성공사례들이 책 한 권에 걸쳐 두루 소개되며 이것이 가능하다고 말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도 말했듯 모든 것의 시작은 바로 혼魂에 있다. 즉, 변화의 시작은 경영자에게 있다는 말이다. 저자는 기업이 성공하고 싶고, 목표를 성취하고 싶다면 경영자는 먼저 인류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경영이념을 세우고, 이를 이룩하기 위해 구성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마음껏 재량을 펼칠 수 있도록 서로 공유하고, 충분한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놀라운 책이다. 지금껏 이렇듯 생생하고 자세한 사례로 오늘날을 이끌어갈 바람직한 경영 마인드를 설명한 책을 만나지 못했다. 머리에 담고 마음에 새겨야 할 금언들이 너무나 많아 진도를 나가기가 두려울 정도였다. 밑줄이 가득해졌고, 접은 페이지는 절반을 넘는 듯 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사례들을 너무 꽉 차게 담았다는 점이다. 개념을 보다 잘 이해시키기 위해 동원되었고 짐작할 수도 있겠지만, 너무나 많아서 오히려 가독성과 이해력을 해쳤다.
차라리 이 책이 혼, 창, 통, 이 개념을 따로 분류하고 보완해서 세 권이 한 세트가 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 말은 그 만큼 훌륭한 개념과 사례들이 들어있다는 말도 되겠지만, 반면 그만큼 읽고 이해하기가 힘이 들었다는 소리도 된다.
그렇다고 해서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다. 책 읽기를 그렇게 나눠서 읽으면 될 것 아닌가? 이 책은 천천히 곱씹어서 읽기를 권하고 싶다. 단숨에 읽는다면 말 그대로 ‘수박 겉핥기’가 될 것이다. 굳이 방법을 제안한다면 혼, 창, 통을 하루씩 나눠서 읽고, 나흘째 되는 날 다시 한 번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읽어도 가슴이 벅찰 만큼 숨이 가쁜 장면들을 여러 번 만나게 될 것을 기대해도 좋다. 외국어판으로 번역된다고 해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멋들어진 컨텐츠다. 다시 한 번 강조하는데 이 책을 읽지 않는다면 정말 후회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읽는다면 곱씹어서 읽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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