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한옥 공간은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정말로 다양하게 변한다는 사실이다. 한옥의 공간적 특징인 비움, 불이, 중첩, 관입, 원통 등이 종합적이고 유기적으로 서로 얽히며 작동한 결과이다. 이것을 공간의 구조형식을 이루는 건축 요소로 나누어 몇 단계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일차적으로 창이 변화무쌍하다. 창 스스로가 크기, 위치, 모양, 방향, 열리는 방식 등이 다양하다. 행랑채를 빼고 사랑채와 안채만을 기준으로 할 때 한옥 한 채에는 보통 30~50개 정도의 창이 나는데 같은 것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동일성을 철저하게 배격한 것인데, 이런 창들이 여기저기에서 각자 상황에 따라 열리다 보면 집의 골격과 모양은 자연스럽게 다양해진다.
둘째, 건물의 골격이 창의 다양성을 돕는다. 창은 혼자 존재할 수는 없다. 창을 창답게 해주는 것이 건물의 골격이다. 집 전체로 보면 나무 기둥으로 이루어진 골조 위에 벽을 듬성듬성 두른 구조이다. 공간의 얼개가 느슨하다는 뜻이다. 골조는 누각구조를 지향하며 벽도 가급적 폐쇄도를 낮추려 한다. 벽의 재료가 돌이 아니고 나무와 흙을 섞었기 때문에 스스로 내력 역할은 못하지만 위치는 그만큼 자유롭다. 위아래로 창을 거느리면서 공중에 매달리듯 붙기도 한다.
주역과 경우의 수
셋째, 건물 전체의 구성이 증식과 분화로 이루어진다. ‘방-동-채-영역-건물 전체’의 단계 별로 복합 구성을 이룬다. 방이 씨앗이 되어 점차 증식되어 가는 구성이며 이 과정에서 ‘x-y'축 양 방향으로 자유롭게 분화해 나간다. 전형적인 외파 구성이다. 건물 전체로 보면 각 채가 꺾임이 많고 채와 채 사이가 적당히 떨어져 있으면서 또 적당히 맞물린다.
넷째, 마당이 이런 여러 조건을 잘 발휘하게 해준다. 마당은 여러 채로 분화하는 한옥의 전체구성에 여유를 주는 숨통 같은 것이며, 건물이 마음껏 활개 치며 자신의 특징을 발휘할 수 있게 해주는 여백이자 배경 공간이다. 넉넉하면서도 아늑한 어머니의 품 같은 것이다. 비움, 불이, 중첩, 관입, 원통 같은 한옥 특유의 공간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것도 모두 마당이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