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헌정제도, 다시 손질해야 합니다
제헌절에 즈음해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은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된 지 쉰아홉 돌이 되는 날입니다. 이 뜻 깊은 날을 맞아 저는 그동안 국정을 운영하면서 느낀 우리 헌정제도에 대한 생각을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헌정수립 59년, 그동안 대한민국은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그리고 압축적으로 달성했습니다. 식민지에서 해방된 나라로서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큰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모두가 국민 여러분의 열정과 역량이 이루어낸 결과라고 생각하며, 감사와 존경을 표합니다.
선진국으로 가려면, 우리 헌정제도를 고쳐야 합니다
우리 현대사의 성공은 헌법 정신과 가치를 지키기 위한 국민들의 끈질긴 민주주의 투쟁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독재자들은 수없이 헌법을 유린했습니다. 4·19혁명 직후와 87년의 개헌을 제외하고는 모두 독재를 연장하거나 강화하기 위한 개헌이었습니다. 집권 연장을 위해 헌법조항을 이리저리 뜯어고치다가 유신독재에 이르러서는 아예 국민들의 대통령 선출권한을 박탈하고 국회의원 3분의1을 대통령이 지명하는 등 국민주권의 헌법정신을 본질적으로 훼손하는 참담한 헌법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독재자들의 헌법유린에도 불구하고 민주헌법의 기본원리는 국민의 의식 속에 뿌리내려 끈질긴 민주주의 투쟁의 불씨가 되었습니다. 국민주권의 헌법정신은 우리 현대사의 고비마다 분출돼, 4·19혁명, 부마민주항쟁, 광주민주화운동, 87년 6월항쟁을 만들어 냈으며 마침내 우리는 국민을 위한 헌법을 되찾게 되었습니다. 87년 개헌을 통해, 훼손되었던 헌법이 다시 제 모습을 갖췄고, 헌법 속에 숨어있던 독재와 권위주의의 잔재는 대부분 청산되었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87년 헌법은 지금까지 우리 민주주의 발전의 토대가 되고 울타리가 되어 제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우리 민주주의가 눈에 띄게 발전한 지금, 현행 헌법이 그 발전 속도를 감당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가 되었습니다.
87년 개헌 당시에는 독재적인 권력 행사와 독재의 재등장을 막기 위한 강력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했습니다. 이런 제도들은 민주주의 선진국에는 있지 않은 제도였지만 독재의 상처가 아직 가시지 않은 우리에게는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자유로운 정치활동에 제약이 있더라도 우리 정치의 발전 수준을 반영한 것이었기 때문에 나름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제도가 이제는 민주주의 발전을 제약하고 정치의 비효율성을 조장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우리 정치의 후진성에서 비롯된 후진적인 제도가 한때는 필요했더라도 이제는 민주주의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면 고쳐야 합니다. 책임정치를 제약하고, 국민의 정치활동을 제한하는 요소들을 바꿔나가야 합니다. 87년의 개헌이 독재를 청산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이제는 민주주의 선진국, 선진 정치로 발전하기 위해 헌법적 제도를 손질할 때가 되었습니다.
단임제로는 책임 있는 국정운영을 할 수가 없습니다
손질이 필요한 대표적인 제도가 대통령 단임제입니다.
국가의 주요 정책이 성과를 내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참여정부의 성과도 임기 4년이 지난 이제야 조금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단임제로는 멀리 내다보는 국정운영이 어렵습니다. 아울러 단임제에서는 현직 대통령이 자신의 정책에 대해 책임지고 국민에게 평가 받을 수 있는 기회마저 없습니다. 책임 있는 국정, 멀리 보는 국정을 위해서 단임제는 고쳐야 합니다. 선거가 평가의 기능을 하기 위해서도 단임제는 고쳐야 합니다.
세계에서 민주주의 선진국치고 단임제를 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독재에서 막 벗어난 국가에서나 채택하고 있는 후진적인 제도입니다.
여소야대 국회에서는 효율적이고 책임있는 국정운영이 어렵습니다
여소야대 국회를 불러오는 제도와 의식 또한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여소야대가 되면 야당이 국회를 주도하게 되어 원활한 국정운영이 어려워집니다. 현대 사회는 변화의 속도가 경쟁력인 시대입니다. 국회 다수당과 정부가 사사건건 충돌하는 여소야대 국회로는 도저히 변화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습니다. 여소야대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최소한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켜야 합니다.
여소야대 국회가 정부를 더 잘 견제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근대 민주정치 초기의 매우 원론적인 권력분립론으로 현대 민주정치 원리와는 맞지 않습니다. 과거와 달리 현대 정치는 의회와 정부가 정당을 통해 하나의 권력으로 통합되어 있습니다. 권력에 대한 견제는 국회와 정부의 대립과 갈등을 통해서가 아니라 정당 간의 경쟁과 선거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지난 1월, 제가 4년 연임제와 임기일치 개헌을 제안한 취지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 차기 정부부터는 보다 효율적으로 국정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해 주자는 것이었습니다. 올해가 아니면 다시 20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그 때를 기다리다가 헌법을 손질할 수 있는 기회를 영영 놓칠 수도 있다는 절박한 심정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는 정당과 후보들이 반대를 하니 참으로 실망스러웠습니다. 책임 있는 정당과 후보라면 정권을 잡는 것만이 아니라 정권을 잡은 후에 일을 제대로 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겨야 합니다. 이를 위한 제도적 준비에 무관심했던 것은 지금도 안타까운 대목입니다.
차기 국회 개헌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제가 개헌안을 발의하겠다고 하자, 정당 대표들은 차기 국회 개헌을 국민 앞에 약속하며 저에게 개헌안 발의를 유보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저는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컸지만, 정당의 대국민 약속을 믿고 개헌 발의를 유보했습니다. 진정으로 개헌이 되도록 하기 위한 타협이었습니다.
18대 국회에서 개헌을 하려면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들의 의지와 결단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개헌의 내용에 따라서는 차기 대통령 임기를 1년가량 단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당론으로 약속을 한 지 석 달이 넘도록 각 정당과 대선 후보들은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당과 후보들은 개헌을 추진하기로 한 국민과의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정치의 신의를 지켜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선거 시기에 이를 공론화해야 합니다.
이제는, 선진정치를 위해 모든 가능성을 검토해봐야 합니다
차기 국회에서 개헌을 한다면 올해처럼 촉박한 시간 때문에 제한된 논의를 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기왕에 약속한 단임제와 임기 일치 문제 이외에도 헌정 제도를 손질할 부분은 없는지 다양한 대안을 연구하고 논의해야 합니다.
우선 결선투표제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결선투표제는 국민 과반의 지지를 얻는 대통령을 선출하여 국민적 대표성을 높일 수 있는 선진적인 제도입니다. 정당 간에 다양한 연합을 촉진하기도 합니다.
이미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보편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프리덤하우스가 선정한 인구 200만 명 이상의 대통령제 자유민주국가 26개 나라 중에서 결선투표제를 시행하지 않는 나라는 한국 등 5개국에 불과합니다.
본질적으로는 내각제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내각제는 정당 책임정치를 구현하고, 여소야대의 정치구조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입니다. 아울러 내각제는 국민의 의사에 따라 정치질서가 유연하게 반응하고, 정부와 의회의 갈등을 최소화해 정치적 통합성을 확보하기가 용이합니다. 또한 레임덕이 없으니 대통령제에서 주기적으로 겪는 국정의 공백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정치현실에서 내각제는 제도 자체의 장단점을 떠나 논의 자체가 쉽지 않은 사안입니다. 그러나 개헌논의가 폭넓게 진행된다면 내각제도 다양한 대안 중의 하나로 검토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헌법 정신의 본질을 훼손시키는 지역주의 정치구도를 극복하고 국민의 의사를 온전히 반영하기 위한 제도 개혁이 필요합니다. 그 핵심은 ‘선거구제 개혁’입니다.
현재의 선거구제 하에서는 대표성의 왜곡이 헌법 정신을 훼손하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가령, 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영남에서 52.3%를 득표했습니다. 하지만 의석수에서는 66석 중 90%가 넘는 60석을 차지했습니다. 반면 32%를 얻은 열린우리당은 6%인 단 4석을 얻는데 그쳤습니다.
선거구제 개혁은 선거의 민주성을 제고시켜 정당 책임정치를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며, 특정 정당의 지역 독점을 막고 정책경쟁이 가능한 정치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면책특권 및 사면권 제한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회의원 면책특권과 대통령의 사면권에 대해서도 과연 선진 민주정치에 부합하는 제도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애초 면책특권은 제왕적 권력에 맞서 국회의원의 정치활동 자유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제왕적 대통령이 사라지고, 의회의 권한이 강화되면서 면책특권은 본래의 취지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오히려 면책특권은 무책임한 정치공세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은 특권을 이용한 반칙에 다름 아닙니다.
따라서 면책특권을 축소 또는 엄격하게 제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면책특권을 국회의원 임기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 것으로 축소하거나,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의 경우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도록 조항을 바꾸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의 면책특권만이 아니라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에 대해서도 진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우리 헌법이 대통령에게 사면권을 폭넓게 인정한 것은 이를 국민통합을 위한 통치 수단으로 활용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사면이 계속 정치적 시비와 갈등의 소지가 된다면 사회적 합의를 거쳐 사면법 등 관련 법령을 개정하거나 차제에 헌법을 개정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것입니다.
대통령이 사면권 행사를 절제하면 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대통령의 절제 의지가 강하더라도 정치적 관행과 논리에 근거한 사회적 압력을 쉽게 거역하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대통령 사면을 둘러싸고 보이는 우리 사회의 이중성도 문제입니다. 사회적 요구를 내세워 사면을 요청하는 여론이 높아졌다가, 막상 사면을 하면 정치적 비난이 높아지는 이중적 모습을 보여 온 것이 사실입니다. 우리 사회의 이중성을 조장하는 제도는 고치는 것이 옳습니다.
대통령의 특별사면권과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제한하는 것은 ‘특권 해소’라는 시대적 가치와 정신에도 부합될 것입니다. 또한 정치권 스스로가 기득권을 제한하는 결단을 내리는 것이기에, 국민적 합의를 모아내기도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헌법적 정치제도의 개혁, 더 이상 미룰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가 선진 민주주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헌정질서에 대한 성찰과 함께 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등의 헌법적 정치제도를 개혁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들 정치관계법은 헌정질서를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법률이며, 헌법상의 통치기구와 직접 관련되는 법률이기 때문입니다.
헌법적 정치제도를 개혁하는 데 가장 중요한 원칙은 국민주권의 민주주의 원리를 제대로 구현하는 것입니다. 즉 국민들의 자유로운 정치활동과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현재의 정치관계법 규정은 국민의 정치활동 자유와 참여를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습니다. 과거 독재 시절에 관권·금권·조직 선거를 하면서 야당의 바람 선거를 통제하기 위하여 만들어 놓은 제도와 의식 때문입니다. 독재정권은 활발한 선거참여를 ‘과열’로 낙인찍었고, 이러한 인식의 잔재는 민주화 이후에도 정치와 선거활동 전반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민주화 이후 정치관계법이 여러 번 개정되었지만 그때도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 치우쳐 금지 규정이 과도하다고 할 만큼 강화되어 왔습니다.
규제 중심의 정치관계법은 과거 금권선거, 관권선거의 유산입니다. 실효성도 없이 규제를 강화할 것이 아니라 국민이 주권자로서 더 많이 참여하고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도록 개혁되어야 합니다.
국민주권 원리에 따라 선거활동의 자유가 확대되어야 합니다
선거운동기간 규정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현행 선거법은 대선은 23일, 그 외 선거는 14일을 선거운동 기간으로 정하고 있어, 이 기간 외에 하는 선거관련 활동이나 정치적 의사표현은 법 위반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선거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헌법정신에 위배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기성 정치인과 신인 후보자 간의 불평등을 야기해 헌법상 평등의 원칙과 기회균등의 원칙에도 맞지 않습니다. 선진국의 예를 보더라도 선거운동기간을 따로 정하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습니다.
실제로, 선거운동기간의 제한은 유명무실해지고 있습니다. 각 정당과 대선 예비후보자들은 상시적으로 선거운동에 준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법과 현실이 따로 놀고 있는 것입니다.
선거운동의 자유는 더욱 보장되어야 하며, 금지는 제한적이고 구체적이어야 합니다. 일일이 규제하려 들면 오히려 실효성이 없어집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인터넷 선거운동도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대한 보장해야 합니다.
대통령의 선거중립 조항, 민주주의 원칙에 맞지 않습니다
대통령의 선거중립 조항도 손질이 필요합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는 정치의 핵심입니다. 선거를 빼고 정치를 얘기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은 정치인이면서 공무원인 이중적 지위를 갖고 있습니다. 대통령에게 포괄적으로 선거중립 의무를 부여하게 되면 사실상 정치활동을 가로막게 됩니다.
대통령이 지켜야 할 것은 선거관리의 중립입니다. 자신의 권한을 동원해 공무원이나 행정부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면 되는 것입니다.
선진 민주주의를 하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선거관리의 중립성을 해치지 않는 한 선거중립이라는 이름으로 대통령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나라는 없습니다. 대표적인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에서도 대통령은 자신의 선거만이 아니라 의회 선거나 지방선거 때도 지지유세를 벌입니다. 프랑스의 대통령도 총선 때 자유롭게 정당 지원유세를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민주주의 원칙에 맞습니다. 공무원이나 정부조직을 부당하게 선거에 이용하지 않는 한 대통령은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 말하고 행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선거 때 벌어지는 국정운영에 관한 논쟁에서 대통령이 책임있게 임하는 것은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국민들에게 가장 유익한 것은 정치적·정책적 쟁점에 대해 의견을 달리하는 정치세력이 자유롭고 공정하게 경쟁하는 것입니다. 지난 5년 동안의 국정운영을 놓고 논쟁한다면 이에 대해 당연히 대통령이 말해야 합니다. 그래야 책임 있고 정확한 논쟁이 이루어집니다. 대통령의 입을 묶어 놓고 선거용 정치공세만 난무하는 상황은 민주주의 원칙에도, 국민의 이익에도 맞지 않습니다.
정당 활동의 자유도 더 확대되어야 합니다
정당은 현대 민주정치의 기본 단위입니다. 헌법 8조를 보면, 정당은 ‘국가의 보호’를 받는 조직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현행 정치제도는 정당의 정상적인 정치활동을 어렵게 합니다.
헌법의 테두리 내에서 정당의 자유로운 활동을 최대한 보장해야 합니다. 정당의 경제적 기반인 정당후원회의 부활도 전향적으로 검토되어야 하며, 당원 모집 및 정당 집회 제한 등의 정당 활동을 제약하는 규정도 합리적으로 개선되어야 합니다.
대통령 후보자가 정치활동을 하는 데 제약을 받거나, 직접적으로 불법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지금처럼 당내경선 시기에만 후원회를 허용하는 것은 불법선거를 제도적으로 조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국회는 이른 시일 내에 대통령 후보자의 후원회를 허용하는 법률안을 통과시켜야 합니다.
공천헌금 비리는 ‘정당의 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헌법 8조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것으로 민주질서를 훼손하는 중대한 위협입니다. 이러한 공천비리를 제대로 근절할 수 있도록 하루 빨리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을 개정해야 합니다.
1989년 이후 단 한 번도 개정되지 않은 국민투표법은 변화된 사회 환경에 맞게 합리적으로 개정되어야 합니다. 국민투표는 직접 민주주의에 의한 국민주권을 현실화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책임있는 자세, 대안 있는 토론이 필요합니다
좋은 규범이 좋은 사회를 만듭니다. 보다 발전된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보다 민주적인 규범이 필요하고, 보다 합리적인 사회를 위해서는 보다 합리적인 규범이 필요합니다.
헌법은 모든 규범의 근본입니다. 헌법에 문제가 있다면 헌법을 고쳐야 합니다. 또한 헌법적 정치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낡은 제도와 관행은 바꿔야 합니다.
이 과정이 때로는 번거롭게 비춰질 수도 있지만, 가치가 있는 문제제기라면 해야 합니다. 역사는 논쟁이 치열했던 시기에 가장 역동적으로 발전했습니다. 끊임없는 문제제기, 토론과 대안의 경쟁을 통해 민주주의도 성장합니다.
우리 국민은 더 좋은 헌법과 제도를 갖고 보다 나은 민주주의를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대통령과 국회는 국민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봉사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이번 제헌절이 이런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2007년 7월 17일
대통령 노무현
[출처 : 청와대브리핑 제685호 2007년 7월 18일(수) www.president.go.kr]
'하 늘【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시대의 비전 (0) | 2007.08.14 |
---|---|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전략 - 대북정책 (0) | 2007.08.14 |
공무원 여러분에게 보내는 대통령 편지 (0) | 2007.08.09 |
제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합의 (0) | 2007.08.09 |
고구려 고분 벽화중 삼족오 (0) | 2007.07.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