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과의 효능과 이용법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과일전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는 말이 있다. 못생긴 겉모양에 그 맛까지도 여느 과일과는 달리 떫고 시기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을이 되면 시장이나 슈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황금빛의 모과는 울퉁불퉁한 모습이 오히려 더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게다가 냄새를 맡아보면 무어라 한 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운 그윽한 향기가 코끝에 스며든다.
4월경에 꽃이 피어 10월부터 탐스러운 열매를 수확하는 모과는 생과일로는 먹을 수 없지만 술, 차, 잼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섭취할 수 있으며 그 건강효과 또한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철을 만난 모과의 효능과 이용법을 알아본다.
전체 성분 가운데 약 5% 가량의 당분을 함유하고 있는 모과는 칼슘 칼륨 철분 등의 무기질까지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이다. 모과의 신맛은 사과산을 비롯한 유기산 때문인데 이들은 신진대사를 도와주며 소화효소의 분비를 촉진시키는 효능이 있다. 과당인 모과의 프록토스 성분은 간장과 신장의 활동을 원활하게 해 주며 술 때문에 생긴 주독을 풀어 주는 작용을 한다. 떫은 맛을 내는 것은 탄닌성분으로 피부를 오그라들게 하는 작용이 있어 설사를 멎게 한다.
<본초강목>은 모과를 ‘주독을 풀고 가래를 제거해주며 속이 울렁거릴 때 먹으면 속이 가라앉고, 구워 먹으면 설사에 잘 듣고, 기름을 적셔 머리를 빗으면 백발을 고쳐 준다’고 소개하고 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모과는 구토와 설사 뒤 다리에 쥐가 날 때도 효과가 있다. 구토와 설사 때문에 염화물이 지나치게 배출되고 알칼리가 축적되어 저칼슘혈증을 일으키면 장딴지 근육에 경련이 올 수 있는데 이때 모과를 먹으면 좋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동의보감>은 모과가 근육과 뼈를 강하게 해주고 무릎과 다리에 힘이 없는 증상을 치료해 준다고 기록되어 있다. 열매는 물론이고 가지나 잎을 달인 물로 다리와 발을 씻으면 다리에 힘이 생긴다는 것. 손이나 발이 부을 때는 모과를 썰어 넣고 물과 술을 반반씩 부어 삶은 뒤 물은 마시고 찌꺼기는 부은 자리에 발라주면 부기가 가라앉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고 한다. 빈혈성 근육경련이나 만성 류머티즘, 관절통에도 모과는 효능을 발휘한다. 모과에 두충이나 미타리풀 우슬초 등을 섞어 차를 끓여 마시면 더욱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다.
손발의 뼈나 근육이 삐어서 통증을 느낄 때는 모과를 썰어 같은 양의 술에 넣어 삶은 다음 곱게 찧어서 따뜻할 때에 환부에 붙여 주고 식으면 교체해주는 것을 하루 3회 정도씩 하면 뛰어난 효과를 볼 수 있다. 허리를 삐었을 때에도 같은 방법으로 치료해주면 금방 통증이 가라앉는다.
모과의 또 한가지 중요한 효능은 천연의 천식 예방치료제라는 것이다.
천식이 발병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한방에서는 체내 수분의 불균형을 커다란 이유로 꼽고 있다. 그런데 모과에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는 칼륨에는 체내에 불필요한 수분을 땀이나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작용이 있기 때문에 천식의 개선에 큰 효과를 나타낸다. 또 모과는 우리의 몸을 내부에서부터 따뜻하게 해주는 작용을 한다. 몸의 찬 기운을 없애 주며 폐를 보하고 코를 부드럽게 해주기 때문에 쉽게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도와주며 기관지염과 폐렴에도 좋다.
모과속에 들어있는 탄닌에는 수렴작용이 있어서 목의 염증을 가라앉게 해주며, 사포닌 성분은 기침을 억제하는 데 놀랄 만큼 빠르고도 강한 효과를 지니고 있어서 특히 기침감기의 예방과 치료에도 뛰어난 효과를 발휘한다. 모과가 천식에 발군의 효과를 발휘하는 것도 이 탄닌과 사포닌의 역할이 크다.
그러나 모과는 마치 나무가지처럼 딱딱하며 신맛과 떫은 맛이 강하기 때문에 그대로는 먹을 수 없다. 또한 생모과에는 우리 몸에 해로운 돌세포가 많으므로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모과의 모든 효능을 충분히 살리면서 손쉽게 모과를 섭취할 수 있는 방법으로 흔히 쓰이는 것이 모과주와 모과차이다.
모과주는 모과의 향기와 약효가 가장 뛰어난 시기인 10월 말에서 11월 초순경에 담그는 것이 가장 좋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모과는 모두 품질이 좋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충청남도의 모과가 가장 상품으로 꼽힌다. 모과를 만지면 손바닥 가득 끈끈한 점액같은 것이 묻어 나오는데 이 점액이 많이 묻어 나는 것일수록, 그리고 벌레가 많이 먹은 것일수록 약효가 뛰어나다.
◇ 감칠 맛 나는 모과주 담그기
1. 잘 익은 모과를 서너개 준비한다.
2. 모과 표면의 기름성분이 다 떨어져 나가도록 정성껏 씻은 뒤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다. 하루정도 햇빛에 말려도 좋다.
3. 잘 마른 모과는 껍질을 벗기지 않고 네 토막 정도로 자른다. 이때 모과씨는 없애지 말고 그대로 둔다.
4. 밀폐용기에 모과를 넣은 후 소주 1.8ℓ와 설탕 약 700g을 넣는다.
5. 밀봉하여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6개월 이상 숙성시킨다(오래 익힐수록 맛이 순해진다).
6. 천이나 여과지로 걸러 둔 뒤 하루에 20㎖정도씩 두 번 마신다.
◇ 향긋한 모과차 만들기
술을 싫어하거나 못하는 사람은 모과차를 복용하면 좋다. 모과차는 향기가 뛰어나고 맛있는 우리의 전통차인 동시에 기관지천식 등의 감기증상과 다발성 신경염의 초기증상에 효과가 있다.
1. 모과를 깨끗이 손질해 길이로 4등분한 뒤 씨를 파내고 껍질째 얇게 저민다.
2. 소독한 유리병에 모과와 설탕을 켜켜로 부어 넣는다. 이때 모과와 설탕의 비율은 모과 5개에 설탕 2kg 정도가 적당하다.
3. 한달쯤 지나 노란 모과즙이 우러나오면 완성. 뜨거운 물에 모과 몇조각과 1∼2숟가락 정도의 즙을 넣어 마신다. 모과차를 마실 때 얇게 저민 유자나 유자청을 곁들이면 더욱 향긋하고 상큼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노란 모과즙은 어린이가 감기나 천식에 걸려 기침을 심하게 할 때 가정 상비약으로도 요긴하게 이용할 수 있다.
모과차를 빨리 만들어 마시고 싶은 경우에는 모과씨를 빼고 즙을 낸 다음 꿀이나 설탕을 넣어 죽처럼 만들어 용기에 담아 밀봉해두었다가 끓인 물에 1숟가락씩 타서 마시도록 한다.
◇ 술 차 건더기로 잼 만들기
술이나 차를 마신 뒤 나오는 모과 건더기로는 잼을 만들어 먹으면 좋다. 건져 낸 모과를 잘게 썰어 푹 삶은 다음 설탕을 넣고 약한 불에서 밑바닥이 눌지 않도록 저으며 천천히 졸이면 되는데 이때 소금을 약간 넣으면 신맛이 단맛과 함께 살아나 더욱 맛있는 잼이 된다. 모과잼은 관절통이나 근육경련 감기기침 천식에 효과적일 뿐 아니라 향긋하고 달콤하여 빵에 발라주면 아이들도 잘 먹는다.
〔정남선.건강정보작가]
◇ 모과씨에 강력 항암성분
최근에는 모과에 강력한 항암작용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는데 이것은 모과의 씨에 들어있는 아미그달린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일부 학자들은 우리 체내에서 이 성분이 결핍되면 암에 걸리게 된다며 아미그달린을 비타민B17이라고 부르자는 주장이 있을 정도로 함암작용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미그달린은 감기나 천식에도 탁월한 효능을 가지고 있다. 모과주를 만들 때 씨를 빼지 말고 함께 넣어 담그는 것이 좋은 것도 이 때문이다. 천식이 심하여 발작을 일으키는 환자나 기침할 때 목에서 쌕쌕 소리가 나며 거친 호흡을 하는 등 증세가 심한 기침감기의 경우에는 모과씨를 달여 아침저녁으로 복용하면 목의 통증도 사라지고 1주일정도면 증세가 훨씬 호전되어 식욕도 늘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모과씨는 아토피성 피부염 등 피부트러블의 해소에도 효과가 있다. 목욕할 때 사용하면 피부에서 직접 흡수되므로 피부 염증의 개선은 물론이고 천식 기침에도 좋다. 그러나 이미그달린에는 독성도 있어서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단 모과씨를 물에 넣고 물이 3분의 2로 줄어들 때까지 푹 끓이면 독성은 모두 증발한다.
◇ 모과씨즙 만들기
1. 잘 익은 모과 5개 정도를 준비해 깨끗이 씻는다.
2. 사과를 자르듯이 모과를 4쪽으로 자른다.
3. 칼로 씨 부분을 빼내는데 이때 씨 주위에 있는 솜같은 부분은 제거하지 않고 씨와 함께 둔 채 냄비에 약 1.5ℓ의 물을 부은 후 물의 양이 1ℓ로 줄어들 때까지 끓인다.
4. 약간 걸쭉한 상태가 되면 완성된 것으로 헝겊으로 받쳐 걸러 낸 후 마신다.
즙을 마시는 양과 횟수는 소주잔 정도의 작은 잔으로 아침에 일어난 후 그리고 저녁에 잠자리에 들기 전 한잔씩이 적당하다. 어린이의 경우에는 떫떠름한 맛 때문에 마시기를 꺼릴 수 있으므로 모과를 설탕에 절여 만든 과즙이나 꿀을 탄 후 뜨거운 물을 섞어 주도록 한다. 남은 모과씨즙은 냉동고의 얼음 만드는 그릇에 부어 얼린 뒤 마실 때마다 몇 개씩 꺼내 녹여 먹으면 오래 보관할 수 있다.
◇ 주의점
다양한 약효성분을 가지고 있는 모과지만 소변량이 적거나 자주 붉은 색의 소변을 보는 사람은 모과를 삼가는 것이 좋다. 모과에는 항이뇨작용이 있어 소변을 더욱 농축시키기 때문에 농뇨를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변비증세가 있는 사람에게도 모과는 좋지 않다. 설사를 멎게 하는 성분이 변을 굳게 해 변비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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